술, 알고 마시면 덜 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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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보건소
- 작성일
- 2004년 12월 16일
- 조회수
- 8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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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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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다음날 또 송년회. 입사 2년차 회사원 이모 씨(27)는 12월이 부담스럽다. 아직 막내나 다름없어 술자리에서 빠져나오기는 힘든 처지. 이씨는 늘 궁금하다. 이왕 마셔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덜 마시는 방법, 조금이라도 덜 취하는 방법이 없을까.》
▽갈증과 식욕부터 가라앉혀라=저녁나절의 목마름과 배고픔을 ‘술 고픔’으로 착각하면 폭음하기 쉽다. 허기가 지면 당연히 모든 음식이 맛있게 느껴진다. ‘첫 잔의 맛’도 마찬가지. 빈속에 술을 털어 넣고 “오늘 술 받는데”라고 외치기 전에 일단 밥을 먹고 물을 마셔라.
술이 몸에 독이 되지 않게 하려면 얼마나 마시는 게 좋을까? 의사들은 주량에 상관없이 알코올 섭취가 하루 50g 이하가 되도록 조절하기를 권한다. 술의 종류에 맞는 잔으로 3∼5잔이면 약 50g의 알코올을 마시게 된다. 이 정도의 알코올은 몸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다.
천천히 마시는 것도 중요하다. 시간당 알코올 분해량은 사람마다 한정돼 있다. 한꺼번에 많은 양의 알코올을 들이켜면 분해되는 양보다 많은 알코올이 흡수된다. 이렇게 되면 혈중 알코올 농도가 갑자기 높이 올라가 금방 취하게 된다.
▽안주 많이 먹으면 폭음해도 된다?=술자리가 무르익기 전에 삼겹살 같은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라고 권하는 사람이 있다. “기름기가 위장의 알코올 흡수를 늦춘다”는 것. 그러나 폭음에는 어떤 안전장치도 없다. 기름진 안주는 복부비만을 부를 뿐이다.
안주를 충분히 먹어야 하는 것은 쉼 없이 알코올을 분해해야 하는 간의 활동을 돕기 위해서다. 고단백 고지방 안주는 위에 오래 머물러 알코올 흡수를 조금 늦춘다. 그러나 알코올은 분해 작용 없이 위에서부터 직접 흡수되므로 그 효과는 미미하다.
안주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목으로 넘어간 알코올은 30분 안에 대부분 흡수된다. 안주를 먹는 것은 알코올 흡수를 늦추기 위함이 아니라 술잔 드는 횟수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짭짤한 안주는 피한다. 갈증을 일으켜 술을 더 많이 마시게 하기 때문이다. 매운 안주는 가뜩이나 피곤한 위에 부담을 더한다. 기름기 적은 담백한 육류와 섬유질 많은 야채가 최고의 안주다.
▽섞어 마시면 아침에 후회한다=뒤끝 없이 기분 좋게 마시려면 한 종류의 술만을 고집하자. ‘폭탄주’는 최악의 선택. 맥주의 탄산가스가 ‘알’로 들어간 소주나 양주의 알코올 흡수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간의 알코올 분해 기능도 금방 한계를 넘게 된다.
술을 섞어 마시면 알코올이 다 분해된 후에도 한참동안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숙취 두통은 술에 빛깔과 향을 더하는 첨가제 때문. 다양한 첨가제가 섞이면 여러 가지 화학반응을 일으켜 두통이 더 심해진다.
▽노래하고 토하면 술이 빨리 깬다?=빨리 술 깨는 데 특별한 비법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알코올이 분해될 뿐이다. 알코올 분해를 돕는다는 몇 가지 식품이 있지만 의사들은 미미한 효과를 믿고 폭음하는 것을 경계하라고 조언한다.
토하고 싶을 때 애써 참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알코올은 빨리 흡수되므로 토사물은 대부분 안주로 먹은 음식. 토하고 정신이 드는 것은 심리적인 효과일 뿐이다. 술을 깨겠다고 억지로 토하면 식도와 위 사이 혈관이 찢어지거나 위산이 넘어와 식도염에 걸릴 수 있다.
노래하고 춤추는 것은 호흡과 땀을 통한 알코올 배출을 약간 돕는다. 그러나 더 큰 효과는 그러는 동안 술 마시는 양이 줄어드는 것이다.
(도움말=연세대 의대 약리학교실 김경환 교수, 세브란스병원 내과 김원호 교수, 영동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남궁기 교수,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
▼술 덜 취하려면…▼
1. 밥 먹은 후에 마셔야
2. 급히 마시지 말라
3. 짜고 매운 안주 금물
4. 섞어 마시지 말라
5. 일부러 토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