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주워가면 다람쥐 굶어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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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최지훈
- 작성일
- 2004년 10월 1일
- 조회수
- 1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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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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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집 뒤에 있는 청량산에는 도토리가 한창이다. 다 아시겠지만 도토리는 떡갈나무를 비롯한 졸참나무·물참나무·갈참나무·돌참나무 등 참나무과 열매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즉 한 종류의 나무에만 달리는 열매가 아니라는 것이다.
도토리는 내부에 녹말이 들어 있어 묵으로 만들어 먹기도 하고, 딱딱한 열매의 특성을 이용하여 염주와 같은 장식품을 만드는데도 쓰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도토리를 주워가는 사람들이 있다. 하나 두개를 집어가면 누가 뭐라 그러나? 수십 개, 수백 개를 주워가니 문제지. 급기야 우리 동네 산에는 이런 플랭카드까지 걸렸다.
'도토리 주워가면 다람쥐 굶어죽어요.'
그렇다. 도토리는 겨울철 다람쥐의 죽요한 식량이다. 실제로 나는 다람쥐가 도토리를 까서 먹고, 먹고 남은 도토리를 자신의 아지트에 숨기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인간들은 별미거리로 먹기 위해 도토리를 다람쥐로부터 빼앗아간다. 정 가져가고 싶다면 조금만 가져가라. 다람쥐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도 산에 오르는데 누군가 등에 무엇인가를 잔뜩 짊어지고 내려오고 있었다. 벤치에서 쉬길래 무엇인가 하고 보았더니, 밤이었다. 아니 저렇게 많은 밤을 까서 가지고 내려오다니.
주변에서 쯧쯧하는 소리가 들렸다. 노골적으로 나무라는 소리와 함께.
'산에 있는 밤을 아예 통째로 털어가는구만. 저런 못된 사람같으니. 산짐승들은 그럼 무얼 먹고 사나?'
나도 마찬가지 심정이었다. 뭐 얼마나 보약이 된다고 등에 짊어지지도 못할 정도로 밤을 따가나? 그렇게 살아서 뭐하겠는가?